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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시 모음 (함박눈 / 우리가 눈발이라면)

by [^*^] 2022. 12. 15.

창 밖에 함박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나무, 지붕, 길에 눈이 쌓여 온통 하얀 눈 세상이네요. 

눈의 결정이 떨어지면서 서로 달라붙어서 눈송이가 커진 것을 함박눈이라고 하는데요, 함박눈과 관련된 시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시인 : 김영랑 / 이정하 / 목필균 / 안도현

 

나뭇가지에-내리는-눈
함박눈 시 모음 (함박눈 / 우리가 눈발이라면)

 

함박눈 시 모음 (함박눈 / 우리가 눈발이라면)

 

함박눈 

- 김영랑

 

'바람이 부는 대로 찾아가오리'

흘린 듯 기약하신 님이시기로

행여나! 행여나! 귀를 종금이

어리석다 하심은 너무로구려

 

문풍지 설움에 몸이 저리어

내리는 함박눈 가슴 해어져

헛보람! 헛보람! 몰랐으료만

날더러 어리석단 너무로구료

 

함박눈

- 이정하

 

수제비를 먹으며 왈칵 눈물이 난 것은 

뜨거운 김 때문이 아니다

매운 고추가 들어가서도 아니다

 

어느 해 겨울, 빨갛게 언손으로 내오시던

한 그릇 어머니 가난한 살림이 떠올라서였다

나는 괜찮다 어여 먹어라

내 새끼 배는 안 골려야지

 

문득 고개 들어보니

분식집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날 어머니가 떠먹여주던 수제비 같은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함박눈

- 목필균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은 온통

은빛 속에 있습니다

 

깃털로 내려앉은 하얀 세상

먼 하늘 전설을 묻고 

하염 없이 눈이 내립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같은 기억을 간직한 사람과

따뜻한 차 한잔을 나눌 수 있다면

예쁜 추억 다 꺼내질 것 같습니다.

 

하얀 눈 속에 돋아난 기억 위로

다시 수북히 눈 쌓이면

다시 길을 내며 나눌 이야기들

 

오늘 같은 날에는

가슴으로 녹아드는 눈 맞으며

보고 싶은 사람을 그리워합니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 이의 붉은 깊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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