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6월과 관련된 시모음
이해인
본명 이명숙, 세례명 클라우디아.
1945년 6월 7일 강원도 양구군 출생. 가톨릭 성베네딕도 수녀원 소속 수녀이자 시인. 1970년 아동 월간지 <소년>에 동시를 발표하여 등단한 후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냈습니다. 이후 시집, 산문시집, 수필그림책, 번역서, 논문집 등을 출간하였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작품들은 교과서에도 실릴만큼 세대와 종교를 초월하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6월의 장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6월엔 내가
숲 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6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 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6월의 숲에는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늘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6월의 숲에 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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