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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시 모음 ( 봄의 연가 / 봄이 오는 길목에서 / 봄이 되면 땅은 )

by [^*^] 2023. 2. 16.

봄이 성큼 다가왔음이 느껴지는 2월의 중순, 봄에 대한 따뜻하고 예쁜 시를 감상해 보고자 합니다.

봄을 주제로 한 많은 시들 중에서 수녀 시인으로 유명한 이해인님의 시들로 3편을 골라보았습니다.

 

 

 

 

이해인 시 모음 ( 봄의 연가 / 봄이 오는 길목에서 / 봄이 되면 땅은 )

 

봄의 연가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겨울에도 봄

여름에도 봄

가을에도 봄

 

어디에나 봄이 있네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플수록

봄이 그리워서 봄이 좋아서

 

나는 너를 봄이라고 불렀고

너는 내게 와서 봄이 되었다

 

우리 서로 사랑하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제라도 봄

 

 

 

 

봄이 오는 길목에서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꽃
이해인 시 모음 ( 봄의 연가 / 봄이 오는 길목에서 / 봄이 되면 땅은 )

 

 

봄이 되면 땅은

 

깊숙히 숨겨둔 

온갖 보물

빨리 쏟아 놓고 싶어서

땅은 어쩔 줄 모른다

 

겨우내

잉태했던 씨앗들

어서 빨리 낳아 주고 싶어서

 

온 몸이 

가렵고 아픈

어머니 땅

 

봄이 되면 땅은

너무 바빠

마음놓고 앓지도 못한다

 

너무 기뻐

아픔을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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