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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가을 시 (11월, 또 11월, 내가 사랑하는 계절, 만추, 이 가을에)

by [^*^] 2024. 11. 15.

가을의 끝자락 11월입니다. 이 가을을 잘 그려낸 나태주 시인의 시 모음입니다.

 

나태주 시인 가을 시 (11월, 또 11월,  내가 사랑하는 계절, 만추, 이 가을에) 

 

▶ 11월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 또 11월

 

돌아앉아 혼자

소리 없이 고즈넉이

어깨 들썩이지 않고

흐느껴 울고 싶은 나날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하나님한테까지

들키지 않고 그냥

흐느껴 울고만 싶은 나날

 

다만 세상 한 귀퉁이

내가 좋아하는 한 사람

아직도 숨을 쉬며 살아 있음만

고맙게 여기며

아침과 저녁을 맞이하고 싶다.

 

 

 

 

▶ 내가 사랑하는 계절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있게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개끔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나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려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封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단풍
나태주 시인 가을 시

 

 

▶ 만추 (晩秋)

 

돌아보아 아무것도 없다

다만 사랑했던 날들

좋아했던 날들

웃으며 좋은 말 나누었던 날들만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등 뒤에서 펄럭

또 하나의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 이 가을에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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