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 11월입니다. 이 가을을 잘 그려낸 나태주 시인의 시 모음입니다.
나태주 시인 가을 시 (11월, 또 11월, 내가 사랑하는 계절, 만추, 이 가을에)
▶ 11월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 또 11월
돌아앉아 혼자
소리 없이 고즈넉이
어깨 들썩이지 않고
흐느껴 울고 싶은 나날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하나님한테까지
들키지 않고 그냥
흐느껴 울고만 싶은 나날
다만 세상 한 귀퉁이
내가 좋아하는 한 사람
아직도 숨을 쉬며 살아 있음만
고맙게 여기며
아침과 저녁을 맞이하고 싶다.
▶ 내가 사랑하는 계절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있게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개끔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나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려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封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 만추 (晩秋)
돌아보아 아무것도 없다
다만 사랑했던 날들
좋아했던 날들
웃으며 좋은 말 나누었던 날들만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등 뒤에서 펄럭
또 하나의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 이 가을에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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